수내도서관이 새로 생긴 뒤 몇 번 이용해 봤습니다.
시설 자체는 새 건물답게 깨끗하고 좋습니다. 다양한 문화시설도 있고, 단순히 책만 빌리는 옛날식 도서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이용할수록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건물 규모는 꽤 큰데,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반열람실과 노트북실은 자리가 부족합니다.
반면 도서관 곳곳에는 AI인터뷰룸, 영상룸, 일상공작소, 세미나실 등 특정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설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열람실에서는 사람들이 자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공간은 상당 시간 비어 있다면
지금의 공간 배분이 과연 시민들의 실제 이용수요에 맞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내도서관에 직접 문의해 봤습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실제 이용실적을 받아봤습니다
제가 요청한 것은 간단했습니다.
특화공간을 없애 달라는 것이 아니라,
각 공간이 실제로 얼마나 이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용률이 낮은 공간이 있다면 열람공간으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없는지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보내온 2026년 1~7월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열람실 | 60.4명 | 91명 |
| 노트북실 | 47.3명 | 73명 |
| 뚝딱영상룸 | 0.6명 | 1명 |
| AI인터뷰룸 | 0.6명 | 1명 |
| 일상공작소 | 6.0명 | 40명 |
| 문화교실 | 20.1명 | 36명 |
| 세미나실 | 6.0명 | 20명 |
| 시청각실 | 자율열람실로 운영 | 64명 |
물론 이 숫자만 가지고 단순히 이용자 ÷ 수용인원을 계산해서 가동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공간마다 이용시간도 다르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시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래 민원에서 요청했던 것도 예약 가능시간 대비 실제 사용시간과 공간별 가동률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자료는 이번 답변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다른 숫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열람실과 노트북실에는 1월부터 7월까지 매달 대기자가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함께 보내온 자료에는 일반열람실과 노트북실의 일평균 대기발권자도 나와 있습니다.
일반열람실의 경우
- 1월 2.3명
- 2월 0.7명
- 3월 1.7명
- 4월 11.1명
- 5월 3.6명
- 6월 13.7명
- 7월 4.4명
이었습니다.
노트북실 역시
- 1월 1.6명
- 2월 0.8명
- 3월 2.2명
- 4월 8.2명
- 5월 4.9명
- 6월 7.5명
- 7월 3.7명
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1월부터 7월까지 한 달도 빠짐없이 대기발권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시험기간으로 보이는 4월과 6월에는 하루 평균 10명 이상이 일반열람실 자리를 기다린 셈입니다.
저는 이 숫자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측에서는
“인근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자율열람실이 만실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반대로 보면 시험기간에는 현재 열람공간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도서관은 시험기간에도 이용하는 시설입니다.
특히 수내·분당처럼 학생 이용자가 많은 지역에서 시험기간 수요를 단순한 예외 상황으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AI인터뷰룸이 하루 0.6명이라면 한번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번 자료에서 제가 특히 눈여겨본 것은 AI인터뷰룸입니다.
2026년 1~7월 이용자는 월별로
25명 → 21명 → 7명 → 20명 → 16명 → 11명 → 18명
이었습니다.
일평균 이용자는 0.6명입니다.
AI 면접 연습이 필요한 취업준비생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AI인터뷰룸을 당장 없애자”가 아닙니다.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특정 시점의 기술 트렌드에 맞춘 전용공간을 고정적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AI 기술은 지금도 몇 달 단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2~3년 뒤에는 지금 별도의 AI 면접실에서 제공하는 기능보다 훨씬 좋은 서비스를 개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서 쉽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도 이 방을 계속 AI인터뷰룸이라는 이름으로 유지해야 할까요?
공공시설에서 이런 트렌드형 공간을 만들 때는
지금 유행하는가?
보다
5년 후에도 이 용도로 독립된 방 하나가 필요한가?
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요성이 떨어졌다면 과감하게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공작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공작소의 수용인원은 40명인데 일평균 이용자는 6명으로 나왔습니다.
문화교실은 36명 규모에 일평균 20.1명이어서 상대적으로 이용이 활발해 보입니다.
세미나실은 20명 규모에 일평균 6명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각 공간이 필요 없다거나 낭비라고 단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가 몇 명이냐’가 아니라 그 공간이 개방시간 중 실제로 몇 시간 사용되고 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강의실이 일주일에 몇 시간만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잠겨 있다면, 프로그램이 없는 시간에는 자유열람실이나 스터디 공간으로 개방할 수도 있습니다.
굳이
‘이 방은 문화교실이니까 문화교실 외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는 식으로 운영할 이유가 없습니다.
요즘 공공시설에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가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전에는 강의실, 오후에는 주민 모임 공간, 저녁에는 열람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입니다.
다행히 시청각실은 이미 열람실로 개방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답변에서 긍정적으로 본 부분도 있습니다.
수내도서관은 64석 규모의 시청각실을 휴관일과 금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율열람실로 개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행사가 있을 때는 시청각실로 쓰고,
행사가 없을 때는 시민들이 공부하고 책을 읽는 공간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공간 하나가 반드시 용도 하나만 가져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원칙을 다른 저이용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의외였던 답변: 공간 존치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
민원에서 이런 질문도 했습니다.
AI인터뷰룸처럼 기술 변화에 민감한 시설을 일정 기간마다 평가해서
계속 유지할지, 다른 용도로 바꿀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가?
도서관 답변은 명확했습니다.
“현재 공간의 존치 또는 용도 전환에 대한 정기적인 심사 기준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공공시설을 한 번 만들었다고 해서 그 공간을 10년, 20년 같은 용도로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바뀌고 기술도 바뀌며 지역의 인구구조도 바뀝니다.
그런데 건립할 때 결정된 공간구성을 특별한 평가 없이 계속 유지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수요와 공간이 어긋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AI, 영상제작처럼 변화가 빠른 분야라면 더 그렇습니다.
2~3년에 한 번 정도라도
- 연간 이용자 수
- 실제 사용시간
- 유지비용
- 대체 서비스 존재 여부
- 해당 공간을 다른 용도로 바꿀 경우의 편익
정도는 평가했으면 합니다.
복합문화도서관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도서관은 공부방이 아닌데 왜 열람실만 늘리라고 하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도서관을 독서실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화교실도 좋고, 메이커스페이스도 좋고, 세미나실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체험할 공간도 필요하고 주민들이 모일 공간도 있어야 합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많이 사용하는 공간은 더 많이 제공하고, 적게 사용하는 공간은 유연하게 함께 쓰자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이 혁신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시설이 실제 시민의 수요와 맞지 않을 때 바꿀 수 있는 것이 진짜 좋은 공공시설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궁금한 것은 이것입니다
수내도서관에는 매달 열람실과 노트북실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건물에는 하루 평균 이용자가 한 명이 채 되지 않는 특화공간도 있습니다.
물론 두 공간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확한 공간별 가동률을 조사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어떤 공간은 항상 붐비고
어떤 공간은 대부분의 시간 비어 있다면
공간을 다시 배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공공건축은 완공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 평가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내도서관은 아직 개관 초기입니다.
오히려 지금이라면 큰 공사를 하지 않고도 가구 배치나 운영방식 변경, 일부 공간의 다목적 개방만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좋은 의도로 만든 시설이니만큼,
처음의 설계 의도를 지키는 것보다 실제 이용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보고 계속 고쳐나가는 도서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수내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어떻게 느끼셨나요?
특히 일반열람실이나 노트북실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 또는 AI인터뷰룸·영상룸·일상공작소 등을 실제로 이용해보신 분들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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